텃밭에 배추 모종을 심은지 사십일정도 되었다.
나날이 커가는 배추를 보며 꽃밭 보듯 마음이 뿌듯하다.
이웃집에 놀러가서 바라보는 그집의 텃밭에도 배추가 어김없이 쑥쑥 자라서 보기 좋다.
“우리 배추보다 잘 자라고 크네요.”
우리들의 칭찬에 이웃집 언니부부는 빙그레 웃는다.
아침마다 달팽이라든지 방아깨비 같은 벌레를 잡으신단다.
커피를 마시고 나와서는
“어디 동생네 배추 보러가야겠네.”
하면서 따라 내려온다.
“아휴, 우리 것보다 더 잘 크고 색도 진하네.”
이런 저런 것 살펴보고 달팽이가 있는지 봐주시기도 한다.
그 이후 우리는 아침마다 일어나자마자 텃밭으로 나갔다.
이파리 여기저기 살펴보고 뒤집어보고 고갱이가 있는 부분도 살펴본다.
그날 그날 달팽이를 몇 마리 잡았는지 서로 이야기하고 들어온다.
방아깨비도 배추잎에 앉아서 숨죽이고 가만 있는 걸 찾아내곤 하면서도 방아깨비에게 미안해지곤 한다.
그러다가 배추밭 살펴보는 것을 내가 혼자 하게 되었다.
매일 몇 마리 잡지 못하는데 배추잎은 구멍이 숭숭 뚫려나간다.
이웃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다가 배추벌레를 한 마리 잡았다는 걸 들었다.
고갱이 부분이 유난히 구멍이 많이 뚫린 배추에는 배추벌레가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제 아침에 가운데 부분에 구멍이 난 배추를 자세히 살펴보니 누런 똥같은 것이 있었다
살며시 벌려가며 찾아보니 배추벌레 두 마리가 있었다.
징그러운 배추벌레지만 잡을 수 밖에 없다.
오늘 아침에 또 다른 배추를 살펴보니 한 마리가 마구 먹어댔다.
‘아휴 이놈들, 어찌 할건가?’
배추가 클 때까지 나의 배추밭 새벽 출장은 계속될 것이다.
벌레들과 함께 나눠 먹어야 한다는 지론이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곤란하다.
김장할 거리는 남겨놔야 할텐데.
만들어놓은 액비를 잘 줘서 배추가 쑥쑥 커서 벌레들을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은 초보라서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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