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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원덕역에서 추읍산으로 가는 흑천길 등산로 산책

푸른*들 2020. 9. 28. 22:28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달빛 속을 걷다를 읽고 있는 중이다. 작가는 살아오면서 걷기의 기술을 아는 사람을 한두 사람밖에 못 만났다고 했다. 어슬렁거리며 걷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산책자라고 담담한 필체로 서술했다. 나는 어슬렁거린다는 말의 뜻을 곱씹어보며 작가의 말이 무슨 말일지 의아했다. 요즘 내가 마을길이나 산길을 어슬렁거리듯이 걷고있으니 말이다.

어떤 마을에서는 이 마을에 왜 왔냐며 더 이상 가지 말라는 표정을 지은 사람도 있었다. 가보지 못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내 눈과 마음에 새로운 사진을 담아가려면 어슬렁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진정한 산책자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나는 그냥 어슬렁거릴 뿐이다.

양평에서 나오는 책자에 걷거나 자전거타기 좋은 코스가 소개된 것을 보았다. 그 중에 안 가본 곳이 있어서 목적지를 잡게 되었다 다름 아닌 원덕역에서 추읍산으로 가는 길이다.

전에 원덕역에서 소노문양평으로 가는 흑천길은 가보았지만 그 반대로 가는 길은 처음이다.

역에서 다리쪽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가는 흑천길을 걸었다. 벚나무가 심어져있어 시원한 곳이다. 군데군데 주차를 하고 흑천에 내려가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 낚시하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보를 설치해놔서 그런 것 같다. 가는 길에 흑천 건너편에는 카누타는 곳도 있었다.

왼편에는 농사짓는 곳도 있고 공터도 많았다. 조금 가다가 시멘트로 튼튼하게 만든 다리가 나왔다. 난간을 스텐파이프로 해놓았다. 건너기전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 간이화장실에 갔는데 너무나 깨끗하고 냄새도 안 났다. 친환경처리를 하는 곳이었다.

다리를 건너서 길을 찾아 올라가다가 물봉선이 예쁘게 핀 것을 보았다.

많이 듣던 물봉선~~~처음엔 이름을 몰랐는데 알아보니 너 였구나이런 심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추읍산 등산로 지도 안내판을 보았는데 길을 잘 모르겠어서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올라가니 높은 곳에 지은 집이 막다른 골목이었다. 다시 내려와서 왼쪽 길로 오르니 졸졸 흐르는 개울도 있고 산길이 나왔다.

모르는 곳을 가다보면 이렇게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듯 산책을 한다. 목적지까지 못 가서, 성공하지 못한 길이라서 기억에 남는 곳도 있고 만족해서 기억에 남는 곳도 있다. 추억은 무엇이든 다 소중하다. 누구와 함께 나누느냐에 따라서 그 정도가 다른 것 같다. 나의 산책길에는 늘 가족이 함께 한다. 그래서 더욱 더 소중한 추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