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에는 오전만 비오고 그친다고 해서 오후에 산책을 나섰다.
가는 길에 비가 조금씩 내려서 ‘내릴려면 내려라. 맞고 말리라.’는 심정으로 갔다. 다행히도 비는 그치고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가까운 곳은 다 가본 상태라서 급히 여주 방향으로 정하고 가면서 스마트폰 맵을 검색해 보았다. 금사면에 저수지유원지가 있었다. 금사면에서 참외를 얼마전에 사온 터라 낯설지 않은 곳이다.
저수지가 있는 곳은 장흥리였다. 언덕길을 올라가서 저수지 관리건물앞에 주차를 하려다 길을 따라 더 내려가 보았다. 마땅히 산책할 길도 없다. 저수지 꼬리 부분에 개울길 건너에 ‘숲속의 쉼터’라는 펜션이 있다. 마당에 탁자와 함께 쉴 공간이 많고 저수지를 따라 산책길도 있어 쉬기에 좋은 곳이다. 단 근처에 고가도로가 있어 차량통행으로 인한 소음이 좀 있는 편이다. 광주원주고속도로다.
도로 왔던 길로 올라가서 저수지 주차장에 주차하고 산책길을 찾아보았으나 통로 문을 잠가놓은 상태다. 저수지는 농업용으로 2010년에 만들었다.
마을로 내려오는 길에 약천사 표지가 보여 맞은편 공터에 주차하고 절로 올라갔다. 비가 많이 온 후라 개울물소리가 싱그럽다. 초록이파리들과 맑은 새소리들이 울려퍼져 깊은 산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다. 절까지 가는 길이 얼마 안 되어서 아쉽다. 절은 아주 검소하다. 절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다. 진돗개가 짖어서 스님이 나오셨는데 여스님이시다.
“어디서 오셨어요?”
“그냥 산책중이에요.”
“강아지가 예쁘게 생겼네요.”
친절하신 분이시다.
이왕 온 김에 마을길을 더 걸어보았다.
도로가에 개울물길이 있다. 가장자리에 인도는 없고 인도를 만들 자리에 꽃을 심어 가꾸고 있다. 지나가는 차가 많지 않아 갈만하다. 도로가를 꽃길로 만드는 정성을 높이 사고 싶다. 시니어클럽이 가꾸는 것이라는 푯말이 꽂혀있다. 이름까지 적혀있어 이채롭다.
이포컨추리클럽입구까지 왔다가 되돌아서 주차한 곳까지 올라갔다. 가는 길에 넓은 고구마밭이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심기 시작해서 산책이 끝날 때쯤에 작업이 끝났으니 매우 넓은 곳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십여명이 와서 심고 떠나는 것을 보았다.
장흥리산책은 이렇게 끝났다. 이천이나 여주시내 가는 길에 금사면을 자주 지나쳤었는데 저수지가 있는 줄을 몰랐다. 우연히라도 찾아가게 된 것에 감사한다. 새로운 마을을 보고 온 기쁨이 인다. 근처에 고택도 있는데 지나쳤다. 다음에 다시 시간이 되면 오고 싶다. 다른 마을도 두세번씩 가본 곳도 여러 군데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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