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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가 꽃 피울 준비를 하다

푸른*들 2021. 5. 14. 21:22

꽃밭에서 나리가 누가 더 큰가 키재기 시합을 하듯 자란다. 백합과 같이 큰 나리는 여덟 포기가 자란다. 꽃도 커서 노란 꽃이 계속 달리면 쓰러질까봐 기둥을 세워줘야 한다.

한 번 심어놓으면 월동도 되고 봄마다 알아서 싹이 난다. 고마운 놈이다.

 

작은 나리는 분홍빛 꽃이었는데 피워봐야 알 수 있다. 뿌리를 나눠 심었더니 우후죽순처럼 뾰족뾰족 올라온다. 나리가 있는 꽃밭은 풍성해보인다.

한 여름을 피우며 외로운 나를 위로해줄 것 같다.

 

꽃밭의 또 한 구석에는 딸기가 줄기를 뻗어가며 자란다. 거름을 봄에 많이 주어서인지 이파리가 작년보다 크다. 하얀 꽃이 하나 피어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딸기는 꽃도 예쁘지만 결국은 빨간 열매가 있어 꽃밭을 화려하게 해준다. 딸기가 덮인 부분은 다른 풀이 자랄 수가 없다. 빽빽이 덮어서 하늘을 바라볼 수가 없으니 그렇다.

 

딸기처럼 지피식물로는 꽃잔디가 있다.

우리 집엔 분홍빛 꽃잔디가 몇 군데 있는데 꽃이 피어 예쁘다. 꽃이 작은데도 옹기종기 모여서 피니 색이 진하고 화려하다. 내년에는 더 많은 꽃이 자랄 수 있도록 관리를 잘 해야겠다.

 

또 한가지 아주가라는 꽃이 있다. 마찬가지로 지피식물인데 이파리는 진한 녹색인데 꽃은 팔센티정도 올라오며 핀다. 보랏빛 꽃이다. 이것도 물만 잘 주면 잘 자라고 딸기처럼 줄기를 뻗어서 나간다. 마치 발이 달린듯하다. 주차장과 텃밭의 경계에 석축이 있는데 그 밑에 심어두었더니 올해 무척 많이 자랐다.

 

지피식물은 고마운 식물이다. 내가 뿔 뽑는 수고를 덜어준다. 매일 잔디에 나는 풀을 100개 이상 뽑으니 손가락 관절이 나도 모르는 새 휘어가니 더 그렇다.

 

나리꽃을 보니 이해인수녀의 싯귀가 생각난다. ‘누군가에게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한다는 말처럼 나리는 내게 다가와 봄이 되고 여름이 되려고 준비중이다. 고마운 꽃이다. 나도 그처럼 나의 거칠고 쌀쌀한 태도를 버리고 여유있고 양보하는 마음을 가지고 다가가야 겠다. 쉬운 일은 아니다. 생긴대로 산다는 말이 그래서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