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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대 뽑기, 고추 장아찌, 고추부각 만들기

푸른*들 2020. 8. 25. 22:14

이웃집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고추에 병이 들어서 일부분은 뿌리를 뽑았다고 한다. 우리 집 고추는 잘 있으려나 하면서 아침에 둘러보니 아니나다를까 우리 집에도 고추가 무름병에 걸려서 누렇게 힘없이 떨어져 있는 것이 많아졌다.

 

장마가 끝나고 나면 병에 걸리기 쉽다고 하는 말이 사실이었다. 고추에 약을 뿌릴까 말까 고심했었다.

그래도 약 뿌리지 말고 그냥 거두는게 낫겠다.’

우리는 서로 상의한 결과 그동안 거둔 빨간 고추만 가지고도 김장도 하고 남으니 약을 안 뿌리는 걸로 결론지었었다.

 

오늘 살펴본 고추밭은 병이 많이 진행되었음을 드러냈다.

많이 병든 곳만 고춧대를 뽑아냈다. 원래 고춧대 밑에다 배추 모종을 심어야 하는데......

부지런히 빨갛게 익은 것도 땄다. 그늘에서 이삼 일 말리면 붉으락푸르락한 것도 빨갛게 익어간다. 그 후에 건조대에 넣어서 말리면 된다.

 

앞으로도 고추는 점점 더 누렇게 병들어갈 것이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릴 수가 없다. 받아들이려고 한다.

고추가 더 병들기 전에 파란 풋고추를 땄다.

따서 모은 것이 한 바구니가 되었다. 새콤달콤한 간장 고추장아찌를 만들기로 했다.

전에 쓰던 유리병 큰 것을 닦아 놓았다.

고추 장아찌는 보통 간장 설탕 식초 물을 같은 분량으로 한다. 신맛을 줄이려면 식초를 줄이고 오래 보존이 잘 되도록 하려면 소주를 물과 같이 넣는다. 단맛을 더하고 변질을 막으려면 매실엑기스를 반 컵 정도 더 넣는다.

유리병에 간장이 맞게 들어가려면 고추를 넣어놓고 물을 부었다가 빼서 물의 양대신 간장을 넣으면 되지만 나는 그게 귀찮아서 고추를 넣어놓고는 간장을 만들어 붓고 모자라면 같은 비율로 다시 만들어서 부으면서 대충 했다.

유리병이 커서 그런지 세 번을 만들어서 부었더니 딱 맞았다.

고추에 작은 포크로 구멍을 내서 했으니 간장액이 잘 스며들 것이다.

작년에도 만들어서 맛있게 먹은 고추 부각이 생각나서 부각도 만들어 보았다.

남폎의 도움이 없이는 못한다. 고추를 반으로 갈라서 씨를 대강 빼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추가 매워서 나는 꺼려진다. 씻어놓은 고추에 쌀가루와 밀가루를 반씩 섞어서 쓴다. 나는 쌀가루 대신 찹쌀가루를 썼다. 가루에 소금도 넣어서 고추에 묻혀 찜기에서 7분가량 쪘다. 꺼내서 선풍기에 식히고 양이 많아서 몇 번 나눠서 쪘다. 무엇이든 한꺼번에 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마련이다. 나눠서 해야 알맞게 쪄진다.

식은 것을 다시 한 번 가루를 묻혀서 쪄서 식힌 후 말리면 일년 내내 조금씩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 비상 반찬이다.

나는 건조기에 넣어서 온도를 오십도로 해서 반 나절을 말렸다. 바삭바삭하게 말려졌다. 조금씩 나눠서 냉동실에 넣어놓으면 곰팡이도 안 피고 잘 보관할 수 있다.

 

나는 일을 썩 잘 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고추 부각도 해보니 놀랄만한 일이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시골에 사니 밭에서 나는 채소들이 넘칠 때가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약한 마음에 힘든 고난의 길을 가게 된다. 잠시 고난할 지라도 행복한 시간이 약속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