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니 아침 저녁 쌀쌀하다. 방충망만 하고 문을 열어놓아도 찬 기운이 스며들어 문을 닫게 된다. 꽃밭의 꽃들도 이젠 새로운 각오로 피고 질 것이다. 마치 내 맘처럼. 따스한 봄날 싹을 틔워 뜨거운 여름을 견딘 백일홍이 아직도 한창이다. 이웃집에서 나눠준 미국쑥부쟁이도 꽃밭 구석에서 하얗게 피어 하얀 꽃다발을 이룬다. 아로니아 옆에 옮겨놓은 분홍 소국도 가냘픈 몸매로 바람에 날리고 있다. 작년엔 가지가 너무 길어 볼품이 없어 실망했었던 꽃이다. 허긴 내 잘못이다. 그늘이 많이 지는 나무들 옆에 심어놓고 잘 자라길 바랐으니 그렇다. 올해는 가지를 짧게 잘라주기도 하고 햇빛 잘 쬘 수 있는 곳으로 옮겨주어서인지 잘 자랐다. 꽃들은 거짓말을 안 한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게 바로 꽃들의 피드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