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 소리는 못 들어도 감촉은 예민한 살갗에 처음엔 작고 귀여운 망울 하나 돋더니 어느 날 따뜻한 입김은 가슴을 녹이고 뿌리 언저리에 서성이는 시심을 녹이고 형형색색으로 돌출하는 생각의 창고를 돌아 내 온몸은 망울이 숲을 이루더니 꽃샘 바람도 쉬어가고 사랑하는 그대의 손길도 쉬어가고 겨울 귀퉁이에 숨어서 길고 긴 사설을 젖은 옷가지에 내뱉던 어머니의 마른 기침도 뛰쳐 나온다. 시 2020.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