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울타리 옆으로 보리를 뿌렸다. 봄날 내내 파랗게 싹이 트고 자라서 울타리에 자라고 있는 영산홍 키만큼 컸다. 초록빛 수벽이 되어 좋았다. 6월이 되니 점점 누렇게 변해갔다. 바람불 때 쓰러져서 묶어주었었는데 어느새 추수할 때가 되다니 놀랍다. 이웃집들도 윗부분만 잘라서 햇빛에 말리고 낱알을 거둬들였단다. 7월 초하루. 보리낱알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 되었다. 그동안 비를 맞기도 해서 어쩌나 했는데 다 말랐다. 자루에 넣고 발로 밟았다. 비틀 듯이 해야 잘 떨어진다. 바닥에 천막천을 깔고 자루에 넣어 밟은 것을 꺼내서 더 비틀어 밟았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낱알들과 까실한 수염들이 마저 떨어진다. 선풍기를 세게 틀어놓고 바람에 날려가며 멀리 날아간 까실한 것들은 쓸어버린다. 물론 그것들은 모아서 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