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키워온 채소를 장아찌로 만들어 둔다. 나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기 위해서다. 냉장고 안에는 깻잎, 풋고추, 초석잠, 오이지, 양파가 들어있다. 모두들 장아찌로 모습을 바꾼 것들이다. 입맛을 개운하게 바꾸고 싶을 때 장아찌를 꺼낸다. 한 번에 여러 종류를 꺼내지 않는다. 그중에 몇 년 된 초석잠 장아찌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 이웃집 아저씨가 자기 밭에 키워온 것을 한 바구니 갖다준 것이다. 어떻게 먹을지 몰라할 때 장아찌를 담그라고 일러주셨다. 누에고치를 닮은 초석잠을 장아찌로 만들어 놓 후 먹을 때마다 작게 잘라서 놓고 먹는다. 그후 그 아저씨네는 초석잠을 키우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저씨도 작년에 간암으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간장과 식초, 소주, 설탕으로 만든 장아찌가 가끔씩 식탁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