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엔 좀 게을러진다. 커튼사이로 햇살이 바알갛게 스며들어올 때 일어난다. 아쉬울 게 없고 급할 게 없어서일 것이다. 봄날에, 한 여름에, 가을에 부지런을 떨며 일찍 일어나 아침 먹기전에 마당을 둘러보며 열매도 따고 풀도 뽑기도 한 날들의 보상으로 생각한다. “해님도 내 방에 늦게 나타나는데.” 이런 어린애다운 생각을 하다니. 할 일도 적은 때라서 마음이 느긋하고 푸근하다. 그런 게으름을 느긋함으로 포장한다. 겨울날은 그래서 좋다. 한 밤중이나 새벽은 도심지보다 2도 정도는 더 추워서 일어날 엄두도 나지 않는다. 더구나 햇살이 없는 한낮의 겨울날은 왠지 으스스하여 밖에 나가는 것도 귀찮아진다. 집안에만 있자니 쓸쓸하고 번잡한 서울로 외출해보고 싶다. 생각은 잠시 뿐 그런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내 상황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