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상리 흑천길은 조용해서 좋다.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비오는 날이라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낚시꾼이 한 분 낚시를 하고 있어서 의외였다. 중학생 5명이 흑천가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도 그렇다.
봉상교까지는 와본 길이라서 부지런히 걸었다. 젖은 길과 안개낀 산, 흐린 하늘이 고즈넉한 기분에 젖게 한다. 우산을 쓰고 걷는 산책도 새롭다.
봉상교를 건너자마자 왼쪽길로 걷는다. 위로 올라가는 길은 전에 가봤다. 요양원으로 가는 길이다. 왼쪽길은 시멘트길도 아니고 아스팔트길도 아닌 자연스런 흙길이다. 군데군데 빗물이 괴여 피해가며 걷는 수고로움이 있다. 10여분 가니 길은 막히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양평 관광두레 종합안내도도 보이고 체험하는 방문객을 맞이하는 곳도 있다. 수미마을이다. 체험관에는 수미식당이 있고 사륜차 타는 곳도 있다.
조금더 올라가니 목장길이다. 십여개의 빌라형 펜션에는 이용객이 좀 있는 편이다. 빌라와 빌라 사이에는 텐트가 쳐져있고 여러 가지 캠프살림살이가 눈에 띈다. 작은 강아지가 우리 진돗개에게 달려들어 “물린다. 물려.”하고 소리치며 우산으로 막아냈다. 거의 물릴 뻔했는데 우리 개가 봐준 것같다. 주인이 달려와 강아지를 안고 가서 끝났다.
목장길은 작은 다리를 건너 산 언덕길로 연결되어 있다. 산 언덕길은 전에 가본 적이 있어서 되돌아왔다. 언덕을 걸어가며 ‘목장길따라’를 불렀던 기억이 있다.
덥지도 않고 시원해서 산책하기 좋은 날이었다. 강아지가 안개비를 좀 맞긴했지만 더러 우산을 씌워주어서 위로를 삼았다. 집에 오자마자 강아지는 목욕시키고 거실에서 몸을 말려 밖으로 내보냈다. 여름날이라 털이 많이 빠져서 털을 거두느라 집안을 청소한 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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