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부는 날, 마당의 나무들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거실 유리창을 통해 본 풍경속의 나무들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대며 나풀거리는 옷들을 부여잡고 있다. 이파리들은 여자들의 머리카락처럼 흩날린다. 그 중에 정원 구석에 심은 소나무가 태풍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이웃에서 분을 떠서 주신 나무다. 유난히 주지가 길게 뻗어 올라가서 휘청대는 모습이 쓰러질까 조마조마하다. 잘 살지 못하고 죽게 되면 면목도 없고 안타깝기 때문이다. 목이 마를까봐 물도 주기적으로 주고 막걸리도 사다가 부어주었던 나무다. 남편과 나는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을 때 밖으로 나갔다. 키다리 아저씨같은 소나무의 맨 꼭대기 주지를 잘라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운데로 길게 뻗어올라간 주지를 톱으로 자르고 나니 키가 작아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