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살던 동네에 가봤다. 내가 다니던 혜화초등학교 길은 초입의 선만 남아있을 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놀았고 주유소 뒤편에 있는 집에서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마당에서 놀던 추억이 아련하다. 명륜동으로 올라가는 산길에는 아카시나무가 많이 자랐었는데 언덕만 남고 주택으로 빼곡하다. 성곽길을 넘어서 성북동 친척집에 갔던 일도 생각나지만 어떻게 갔는지 모른다. 그 성곽길은 그대로 나의 추억을 더듬어주고 있었다. 시원한 나무들이 우거진 성곽길 그 아래의 산길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아쉬운 마음은 버려야할 것이다. 명륜동에 사는 친구를 따라 집에 놀러갔었는데 어디인지 모르겠다. 그냥 혜화동과 명륜동이 하나로 뭉쳐진 펜던트처럼 내 목에 걸고 사는 것이다. '나 어럴 때 혜화동 살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