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게 내리던 비가 오늘 아침엔 잠시 숨을 돌리는 모양인지 내리지 않는다. 아침을 먹고 풀을 뽑으러 나갔다. 잔디 사이사이에 쑥쑥 올라온 풀들을 뽑았다. 명자나무 한 그루가 쪽문을 막고 있어서 가지를 쳤다. 가시가 있어 잘라낸 가지를 거둘 때 조심해야 한다. 이번엔 꽃밭으로 갔다. 풀들의 대잔치다. 바랭이풀이 내 손에 질질 끌려 나온다. 뽑은 풀들이 모이니 소복하다. 그동안 흙을 잘 붙잡고 있어줘서 다른 꽃들이 장마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텼다. 키다리 다알리아가 좀 기우뚱해서 똑바로 세워지나 생각하면서 기우러진 꽃대를 바로 잡아보았다. 그러는 순간 굵은 꽃대가 부러지고 말았다. 굵기만 했지 속은 텅 빈 강정같다. ‘아까운 것을, 미안하다.’ 꽃을 피우려고 봉오리를 맺은 모습에 안타까웠다. 다른 곳에 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