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은 ‘앞일을 생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다니는 20대때는 나도 꿈에 부풀어 할 일을 계획하며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곤 했다. 결혼하면 친구같은 남편이 있어 마음이 편안할 줄 알았고 맞벌이를 하여 어떻게든 집도 사고 아이도 낳고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 생각들로 채우고 나니 친구들과 노닥거리는 시간도 즐겁고 강의를 듣는 시간도 즐거웠다. 시간이 흘러 꿈은 꿈으로 끝나고 현실만이 석고상처럼 현관앞에 떡 버티고 있어 비켜가기란 쉽지 않았던 시절이 되었다. 아이들 키우기, 남편 뒷바라지, 친정어머니 모시면서 살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자들이 가정을 지키며 자기 시간을 갖는 것이 어찌 보면 희생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제는 아득히 먼길을 걸어와서 눈앞에 펼쳐지는 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