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이제 빛을 잃어간다. 찬란했던 우아한 빛은 내 사진 속에 남아 있다. 아니, 내 맘속에 영원히 남아 있다. 횡성호수길을 갔을 때 보았던 단풍, 용문산 근처 개울가 빨간 단풍, 남한강 강변 입구 은행나무 단풍, 산중옛길 상수리나무 단풍... 우리집 마당, 꽃밭에도 단풍이 들었다. 이제 그 빛은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다. 영산홍 이파리도 붉그레하고 느티나무 이파리는 갈빛이다. 우연히 내 눈길이 가는 단풍이 있었다. 딸기 이파리였다. 아직도 푸른 이파리 속에 빨갛게 단풍든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의외로 예쁘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뻔한 것들이 많다. 아주 작은 풀꽃들이 꽃을 피워 올렸을 때처럼. 작은 풀꽃들에게, 아름다운 단풍을 보여준 딸기에게 말을 걸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