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내리고 나면 텃밭의 식물들은 성장을 멈춘다. 여름에 심은 배추와 무, 알타리, 파, 갓은 김장을 위해 추운 날씨에도 걱정없이 크지만 말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파랗고 싱싱하게 기어다니던 호박덩굴이 거무 틱틱한 빛을 띠고 늘어져 있다. 울타리콩 넝쿨은 호박과 달리 싱싱하게 옥수수 마른 대를 타고 올라가 담장 밖을 내다보고 있다. 서리내리기 전에 노랗게 말라가는 꼬투리를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고 초록빛이다. 아마도 조금 늦게 심어서이거나 55일간의 긴 장마로 인해 익어가지 못했던게 아닐까. 텃밭을 둘러보니 차가운 날씨탓인지 조금은 움츠러든 표정이다. 한낮이 되면 언제그랬냐는 듯 활짝 웃고 있는 표정인텐데. 어린 아기와 같은 표정이다. 울타리콩도 이젠 키크기를 포기하고 있을 것이다. 마당을 정리하기도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