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아래서 시를 읽고 텃밭을 가꿔요

전원에서 살아남기

느티나무하우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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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단호박 처리하기, 물 흐르듯이 살기, <두 개의 여름>처럼

네개의 손으로 감싸야 할 정도로 큰 단호박 두 개를 마당 구석에서 놓아두었더니 밑부분이 얼었다. 얼었다가 녹아서 흐물거린다. 썩은 것은 아니라서 잘 잘라내고 쓰려고 씻었다. 흐물거리는 부분을 잘라냈다. 한 개는 호박죽을 끓였다. 씨가 단단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단호박이 완전히 익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늦게 싹이 나서 자랐고 장마로 인해 잘 크지 못한 것이리라. 맛도 덜 달아서 단호박의 완전한 맛이 안 나지만 버릴 수 없는 마음이다. 끓여놓은 호박죽은 부드러우면서도 웬지 채소의 섬유질이 느껴진다. 호박죽을 어제는 아침 대용으로 먹었다. 호박죽 두 국자에 떠먹는 요구르트, 미강 가루, 볶은 검은콩가루, 통들깨, 잣을 넣고 섞어서 먹었다. 점심때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또 한 개는 잘라서 봉지에 담아 냉장..

이야기 2020.12.06

간이 벤치 만들기, 가다가 힘들면 쉬어야지

시멘트 벽에 간이 벤치를 만들었다. 앞에 꽃밭이 있던 자리인데 공사를 하느라 다져지고 꽃밭이 없어졌다. 내년에 다시 땅을 일구어 꽃을 심어야겠다.. 꽃을 심으며 일하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때 기댈 곳이 있어야 한다.. 공사하고 남은 벽돌이 많아서 그걸 이용하기로 했다. 시멘트로 바르지도 않고 그냥 벽돌을 사각형 모양으로 쌓아갔다. 세 개의 기둥을 하고 그 위에 방부목을 네 줄 모아서 박아 판자를 만들었다. 얹어 놓으니 벤치가 되었다. 약간 흔들거리는 것 같지만 잠시 쉬는 데에는 이상이 없다. 맨 끝부분에 가느다란 폭의 나무를 밑에 박아서 좀 더 튼튼하게 하여야겠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야지. 힘들 때 쉴 줄 모르면 아픔만 더해간다. 쉬어가는 방법 중에 우는 것도 있다. 슬픔을 느끼고 한바탕 울어버리면 시원하..

이야기 2020.12.05

추락하는 새를 살리자, 창문에 실리콘 하트 붙이기

추락하는 새를 살리자, 창문에 실리콘 하트 붙이기 베란다 옆 농기구 걸던 자리 위에 유리를 끼웠다. 유리를 끼기 전엔 비가 새어들어와 걸어놓은 것들이 젖어들어서다. 잠시 자리를 빌려 걸어놓은 양파망속의 땅콩, 무 꼬투리 씨앗, 마늘 타래가 비에 젖는다. 유리를 끼우고 나니 비가 들이치지 않아서 좋다. 어느 날 작은 새 한 마리가 바닥에 떨어져 죽었다. ‘이상하다, 새가 왜 여기서 죽었을까?’ 생각해보니 유리창에 부딪친 것 같았다. 정원 구석에 새를 묻어주었다. ‘또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무얼 해야할까?’ TV에서 비슷한 일이 생긴 뉴스를 접한 기억이 났다. 빌딩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들. 그때 빌딩 유리에 점점이 보이는 점들의 시트를 붙여서 해결했던 것 같다. 나는 유리에 실리콘 모양의 그림을 붙이..

이야기 2020.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