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새를 살리자, 창문에 실리콘 하트 붙이기
베란다 옆 농기구 걸던 자리 위에 유리를 끼웠다.
유리를 끼기 전엔 비가 새어들어와 걸어놓은 것들이 젖어들어서다. 잠시 자리를 빌려 걸어놓은 양파망속의 땅콩, 무 꼬투리 씨앗, 마늘 타래가 비에 젖는다.
유리를 끼우고 나니 비가 들이치지 않아서 좋다.
어느 날 작은 새 한 마리가 바닥에 떨어져 죽었다.
‘이상하다, 새가 왜 여기서 죽었을까?’
생각해보니 유리창에 부딪친 것 같았다. 정원 구석에 새를 묻어주었다.
‘또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무얼 해야할까?’
TV에서 비슷한 일이 생긴 뉴스를 접한 기억이 났다. 빌딩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들.
그때 빌딩 유리에 점점이 보이는 점들의 시트를 붙여서 해결했던 것 같다.

나는 유리에 실리콘 모양의 그림을 붙이기로 했다. 마침 얇은 실리콘 식탁매트가 있었다. 칼금이 가서 더 이상 못쓰는 것이다.
가장 쉬운 디자인이 하트다. 조각조각 잘라서 크고 작은 하트를 만들었다.
늘씬한 하트, 좀 뚱뚱한 하트,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하트를 만들어서 붙여 나갔다.
다른 유리창에도 한 장씩 붙이고 새가 추락한 곳에는 여러 장을 붙였다.
‘이렇게 붙여 놓았으니 다시는 새가 빈 곳인줄 알고 날아가지는 않겠지.’
좀 더 예쁜 모양을 만들면 좋지만 내 능력의 한계는 거기까지다.

작은 일이지만 완성하고 나니 스스로 만족감에 도취되어 세로토닌 주사를 맞은 것 같다.
아니 도파민이라고 해야하나. 중독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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