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아래서 시를 읽고 텃밭을 가꿔요

전원에서 살아남기

느티나무하우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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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알아야

한달전쯤 왼손을 다쳤다. 손목이 부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반 깁스를 하고 지냈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비웃음이 난다. 비아냥거리는 비웃음이 아니라 허탈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왼손을 못 쓰니 모든 것을 오른 손이 대신 해야 한다. 날이 갈수록 오른손의 힘도 빠지고 오른손목이 삐긋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생겼다. 왼손이 빨리 회복되어가기를 바라며 시간을 보냈다. 원적외선이 나오는 강력한 전구를 하나 사서 스탠드에 끼워서 매일 쬐며 다독였다. 원래 가지고 있던 원적외선 전구의 조사량이 좀 부족한 것 같아서 새로 구입했다. 또한 저주파물리치료기도 구입했다. 전에 쓰던 것이 고장이 난 때문이다. 오래 전엔 선이 있던 것인데 요즘은 무선으로 쓴다. 새로..

이야기 2020.09.23

가을의 꽃밭-꽃들의 피드백

가을이 오니 아침 저녁 쌀쌀하다. 방충망만 하고 문을 열어놓아도 찬 기운이 스며들어 문을 닫게 된다. 꽃밭의 꽃들도 이젠 새로운 각오로 피고 질 것이다. 마치 내 맘처럼. 따스한 봄날 싹을 틔워 뜨거운 여름을 견딘 백일홍이 아직도 한창이다. 이웃집에서 나눠준 미국쑥부쟁이도 꽃밭 구석에서 하얗게 피어 하얀 꽃다발을 이룬다. 아로니아 옆에 옮겨놓은 분홍 소국도 가냘픈 몸매로 바람에 날리고 있다. 작년엔 가지가 너무 길어 볼품이 없어 실망했었던 꽃이다. 허긴 내 잘못이다. 그늘이 많이 지는 나무들 옆에 심어놓고 잘 자라길 바랐으니 그렇다. 올해는 가지를 짧게 잘라주기도 하고 햇빛 잘 쬘 수 있는 곳으로 옮겨주어서인지 잘 자랐다. 꽃들은 거짓말을 안 한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게 바로 꽃들의 피드백..

이야기 2020.09.22

새벽 1

Ⅰ. 가장 낮은 조명아래 낯설은 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도 빛과 함께 낯설어진다. 가끔씩 생기는 거리를 가슴에 묻고 매일 만나고 헤어지는 빛과 어둠 살을 맞대고 있다. Ⅱ. 빛이 힘을 잃고 어둠이 힘을 잃고 나 또한 버릴 것이라곤 목숨뿐 도매시장에는 막 잠을 쫒아낸 사람들이 질긴 생명을 건져 올린다. 옷깃에 떨려나는 빛 옷깃에 묻어나는 어둠 비린내에 취해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빠져나온 빛은 아직 물러가지 못한 어둠을 차곡차곡 주머니에 접어 넣으며 출근을 한다.

2020.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