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아래서 시를 읽고 텃밭을 가꿔요

전원에서 살아남기

느티나무하우스 이야기

2022/12/29 4

손해배상 소송

동창 모임에 가서 노래도 하고 식사도 하며 즐겁게 놀고 들어왔다. 저녁에 단톡에 올라온 글을 보니 나랑 가장 가까이 있던 친구가 코로나에 걸렸단다. '어머나, 어쩌나' 간편키트로 검사해봐도 이상이 없다. 다음 날 다시 아침에 해봐도 이상이 없다. 오후에 내과에 가서 검사해보니 두 줄이 아닌가. 나는 이층에서 격리하며 약을 먹고 지냈다. 며칠 지나서 남편 목이 이상하다고 했다. 내과에 가서 검사해보니 영락없이 두 줄이다. 감기약처방 받고 집에 오면서 "동창회에 손해배상 소송해야겠군." 한 달이 지나도록 노래하더니 이젠 "손해배상 소송 안 한 것을 다행으로 알아." 그런다.

쉼표 2022.12.29

서울 구경 시켜줬더니

나이가 들어서 건강관리할 일이 많아진다. 더구나 전원생활을 하니 가끔 아산병원같은 종합병원에 간다. 나는 일년에 한 번 위내시경을 하러 가고 남편은 정기적으로 몇 달에 한 번씩 진료를 받고 약처방을 받으러 간다. 오늘도 좀 일찍 길을 나섰다. 아산병원에 갔다와서는 남편 왈 "서울 구경 잘 시켜줬지?" 나는 그냥 크게 몇 번 웃고 만다. 오후에 2층에서 버려야할 문서나 책들을 정리해서 들고 내려오니 남편 왈 "서울 구경 시켜줬더니 펄펄 나네." 시간이 지날 수록 집안에 물건이 쌓여가서 마음 먹고 정리를 시작했었다. 버릴 것을 뽑기하듯 뽑아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리저리 머리를 싸매고 골라내서 가지고 내려왔던 것이다. 힘든 찰나에 남편이 가볍게 웃겨줘서 나도 가볍게 웃었다. 내가 꽃이 된듯이 말이다.

쉼표 2022.12.29

노트는 영혼의 안식처

겨울날엔 좀 게을러진다. 커튼사이로 햇살이 바알갛게 스며들어올 때 일어난다. 아쉬울 게 없고 급할 게 없어서일 것이다. 봄날에, 한 여름에, 가을에 부지런을 떨며 일찍 일어나 아침 먹기전에 마당을 둘러보며 열매도 따고 풀도 뽑기도 한 날들의 보상으로 생각한다. “해님도 내 방에 늦게 나타나는데.” 이런 어린애다운 생각을 하다니. 할 일도 적은 때라서 마음이 느긋하고 푸근하다. 그런 게으름을 느긋함으로 포장한다. 겨울날은 그래서 좋다. 한 밤중이나 새벽은 도심지보다 2도 정도는 더 추워서 일어날 엄두도 나지 않는다. 더구나 햇살이 없는 한낮의 겨울날은 왠지 으스스하여 밖에 나가는 것도 귀찮아진다. 집안에만 있자니 쓸쓸하고 번잡한 서울로 외출해보고 싶다. 생각은 잠시 뿐 그런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내 상황에 ..

수필 2022.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