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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꽃밭-꽃들의 피드백

푸른*들 2020. 9. 22. 21:34

가을이 오니 아침 저녁 쌀쌀하다. 방충망만 하고 문을 열어놓아도 찬 기운이 스며들어 문을 닫게 된다. 꽃밭의 꽃들도 이젠 새로운 각오로 피고 질 것이다. 마치 내 맘처럼.

 

따스한 봄날 싹을 틔워 뜨거운 여름을 견딘 백일홍이 아직도 한창이다. 이웃집에서 나눠준 미국쑥부쟁이도 꽃밭 구석에서 하얗게 피어 하얀 꽃다발을 이룬다.

아로니아 옆에 옮겨놓은 분홍 소국도 가냘픈 몸매로 바람에 날리고 있다. 작년엔 가지가 너무 길어 볼품이 없어 실망했었던 꽃이다. 허긴 내 잘못이다. 그늘이 많이 지는 나무들 옆에 심어놓고 잘 자라길 바랐으니 그렇다.

올해는 가지를 짧게 잘라주기도 하고 햇빛 잘 쬘 수 있는 곳으로 옮겨주어서인지 잘 자랐다.

꽃들은 거짓말을 안 한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게 바로 꽃들의 피드백이 확실해서인 것 같다.

우리 집 개도 이젠 헝겊 깔판을 깔아준 곳에 앉아서 있거나 햇살이 비치는 곳에서 따스함을 즐긴다.

기다란 꽃자루가 매력적인 분꽃도 따스한 햇살아래 잘 피고지고 하면서 까만 씨앗을 남긴다. 내년에도 그 모습 그대로 내게 다가올 것인지 궁금하다.

나무밑처럼 그늘도 있고 습도도 적당한 곳에서 잘 자라는 것도 있다. 우리집 비비추나 옥잠화는 복숭아나무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진한 향기를 내뿜는 하얀 꽃이 가을 정원의 한 부분을 장식한다. 마치 브로치같다.

 

이웃집 담옆에는 코스모스가 무리지어 피어있다. 황화코스모스도 있다. 우리집 코스모스는 일찍이 피었다가 너무 키가 커서 쓰러져 정리했었다. 그래도 조금만 길을 나서면 코스모스는 쉽게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긴 장마로 제대로 뿌리를 다독이지 못하고 키만 크고 뒤늦게 피어난 메리골드도 봉오리를 하늘에 쏘아올리며 차근차근 피고 있다. 가을 내내 진한 향기를 뿜어낼 것 같다.

제비콩은 또 어떠랴. 마구마구 넝쿨을 뻗어가며 보라색 꽃을 피우는데 코투리는 아직 납작하다. 식물에 대해 잘 모르면서 식물들을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닌지 짐짓 나를 돌아본다. 우리집 텃밭이 물빠짐이 좋지 않으니 내년엔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것 같다. 그럼에도 꼬마 아가씨마냥 살랑대며 계속 피어대는 제비콩의 꽃에 내 마음을 빼았겼다.

요즘처럼 보고 싶은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꽃들의 자태를 흠뻑 내 눈에 담아낼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