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냉장고에 시트지 붙이기
양평에 오기 전부터 쓰던 냉장고가 있다. 창고에 놓고 텃밭에서 나는 채소를 넣어두던 것이다. 창고에 두고 있다보니 점점 겉모습이 늙어갔다. 구석구석 녹이 슬고 곰팡이도 생겼다. 채소에서 떨어지는 흙덩이도 흔적이 남아 점점 더 흉해져간다.
모습이 달라진 것을 알게 된 것은 냉장고의 위치가 바뀌면서다. 창고에서 데크로 이동하고 살펴보니 무척 험해보였다.
한달 전 쯤 시트지를 샀다. 냉장고 크기를 생각하여 구입했다. 제일 힘이 들었던 것은 시트지의 문양이다. 어떤 것을 붙여야 자연스러우며 좋을지 고심했다.
눈에 띠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택배로 물건이 배달되어 왔다. 붙이면 어떨지 궁금한 채 시간을 보냈다. 거실 구석에서 자릴만 차지하고 있던 것이다. 바쁜 날 피하고 추운 날 피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 붙였다.
위에 먼저 반듯하게 붙여놓고 아래로 중간부터 밀대로 밀어가며 붙였다. 접는 부분을 잘 밀어주어야 한다.
문을 여닫는 맨 아래 부분이 처져서 보기가 좋지는 않다. 남는 시트지로 냉장고 문 아래에 조금 붙였다. 다 붙이고 나니 새로운 냉장고로 태어났다. 시트지의 마법인 셈이다.
살아가면서 생긴 상처도 시트지처럼 감쪽같이 사라지거나 하면 좋겠다.
상처는 보듬을수록 마음에 새 살이 돋는다. 죽을 때가지 가지고 가야 하는 상처지만 조금씩 아물어갈 것이다.
새로운 일에 집중해가니 상처가 잊혀진다. 일 주일에 한 번 줌 앱으로 어반스케치를 배운다. 복잡한 건물 그리려고 하면 난감해진다. 시작하고 나면 걱정은 덜 하고 건물이 완성되어 간다. 새로운 사람도 만났다. 영상으로나마 어반스케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